독립운동가 허석 후손 허미미 유도서 값진 은메달, 경북체육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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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허미미가 메달을 만지며 시상대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 허미미 선수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30일(한국 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이 시작됐고, 세계랭킹 3위 허미미(21·경북도체육회)가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맞붙었다. 치열한 접전 속에 승부가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연장전에서도 긴박한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반칙패로 데구치의 승리가 선언됐다.
허미미는 이 체급 세계 최강인 데구치와의 결승전에서 사력을 다했으나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했다. 이번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파리에서 따낸 첫 메달. 앞서 치러진 남녀 4개 체급에선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3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값진 은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유도가 메달을 거머쥔 건 2016 리우 올림픽 48㎏급 정보경이 은메달을 따낸 이후 8년 만의 일. 더구나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할머니의 유언대로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서 건져 올린 메달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재일교포 출신 선수다. 허미미 자신도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허석 선생의 후예란 걸 알게 됐다.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종목에 동반 출전한 경북도체육회 소속 허미미(왼쪽)와 김지수. 채정민 기자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동경, 도복을 입은 허미미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중학교 시절엔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공부도 잘했다. 명문대로 꼽히는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했다.
순탄하던 허미미의 삶에 큰 파도가 친 건 2021년. 어릴 때부터 잘 따르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허미미는 고민하지 않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평소 잘 알고 지낸 재일교포 김지수(23)를 따라 경북도체육회에 몸담게 됐다.
3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 허미미가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꾸준히 국제 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크게 성장했다. 약점이던 근력도 보강했다.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데구치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29년 만의 일이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가겠다'는 다짐은 현실이 됐다. 비록 파리에서 재대결한 데구치에게 석패했으나 할머니의 유언, 자신의 출사표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3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서 은메달을 딴 허미미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박빙이었다. 둘은 경기 시작 56초 만에 나란히 지도를 받았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되는데 허미미가 2분 4초에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허미미가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으나 정규시간 4분 안에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연장 1분48초에 데구치가 지도를 받았다. 둘 모두 지도가 2개여서 승부를 예측하기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시 위장 공격 판정을 받아 반칙패로 데구치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다. 데구치로선 지난 세계선수권대회 패배를 되갚아준 셈이 됐다. 파리에서 채정민기자 [email protected]
3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허미미가 시상대에 올라 입상한 선수들과 함께 직접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